국내 증시에 투자를 이어오면서 실적도 우수하고 재무구조도 튼튼한 기업인데 주가가 오랫동안 제자리에 맴도는 현상을 자주 목격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이한 현상 뒤에는 대주주 일가의 이해관계가 깊게 개입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경영권 승계나 상속, 증여를 앞둔 시점에서는 주가가 낮게 유지될수록 대주주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일부 상장사의 최대주주들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미루거나 시장에 악재성 재료가 도는 것을 방지하지 않고 방치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억누른다는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기업의 가치가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주가가 눌려 있는 구조는 결국 기업의 성장을 믿고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저평가 고착화는 한국 증시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
법안으로 바뀌는 핵심
이러한 고질적인 불합리를 뿌리 뽑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제도가 바로 주가누르기 방지법입니다. 핵심은 대주주가 상속세나 증여세를 산정할 때 무조건 현재의 낮아진 시가만을 기준으로 삼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주가가 기업이 가진 실제 순자산 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저PBR 상태가 지속될 경우, 주가 대신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적용하거나 과거 일정 기간의 고점 평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즉,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더라도 세액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없도록 제도적 차단막을 치는 것입니다. 그동안 주가가 낮을수록 유리했던 대주주의 셈법이 완전히 뒤집히게 되는 셈입니다. 이제는 주가를 낮게 방치하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세금 부담을 늘리는 위험요소가 되므로, 대주주 스스로가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부안과 국회안 비교
현재 논의 중인 방안은 정부가 제시한 세제개편안과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사이에 세부적인 적용 기준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정부안은 최근 일정 기간 동안 계속해서 업종 내 최하위 수준의 PBR을 기록한 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장기간 주가가 하락 고착화된 기업에 한해 최근 6년 내 최대 평가액 등을 반영하여 세금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이는 선의의 실적 부진 기업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장치를 둔 것입니다.
반면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은 훨씬 더 강도 높은 규제를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주당 시가가 순자산가치의 80% 미만에 불과할 경우 즉시 시가 평가 대신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적용하도록 하는 원천 차단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규제의 강도와 적용 조건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방안 모두 편법적인 상속세 절세를 목적으로 주가를 억누르는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증시 전체에 미칠 효과
이번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국내 증시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시가총액이 장부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던 만년 저PBR 종목들의 재평가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대주주들이 주가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그동안 쌓아둔 유보금을 활용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서거나 배당 성향을 대폭 끌어올리는 등 주주 환원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소극적인 주주 환원 때문에 한국 시장을 외면했던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함께 증시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이끄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소액주주가 얻을 이득
이번 법안 개정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주체는 단연 소액주주들입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실적이나 자산 가치가 아무리 좋아도 대주주 승계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 주가가 오르지 못해 오랜 기간 자금이 묶이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주가 누르기 행위가 제도적으로 봉쇄되면 시장의 수급과 기업의 본래 가치에 따라 주가가 정상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또한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는 주당 순이익과 주당 순자산을 높여 소액주주의 실질적인 자산 가치 증대로 직결됩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비로소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장기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입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변화하는 제도에 맞춰 투자 전략을 발빠르게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보유 중이거나 관심 있는 종목 중 PVR이 0.5 미만으로 극심하게 저평가되어 있으면서도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가업 승계 이슈가 맞물려 있는 종목들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기업일수록 제도 도입에 따른 주가 가치 제고 압박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순히 PBR이 낮다고 해서 모두 수혜를 입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업황이 악화되어 적자가 누적되는 바람에 주가가 하락한 기업과 풍부한 자산과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주가를 방치한 기업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튼튼한 재무제표와 자산 가치를 바탕으로 주주 환원 여력이 충분한 알짜 저PBR 주식을 선별하여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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